낮은 섬 가파도 ‘할망바다’ 13살.  나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자 푸른빛의 기적으로 눈보다 먼저 마음 한가득 밀려왔던 남쪽 바다. 그 앞에서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때부터삶에 지치고 마음 곤해질 때마다  늘 바다를 그리워했고 바다를 찾았다.  13살. 해녀할망은 바다 속으로 처음 들었다 했다. 바라만 보아도 먹먹한 수지픈  바당 이었다. 삶은 늘 지치고 고되었지만, 섬을 떠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도 떠날 수 없었고, 물질을 그만둘 수있는데 그만두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운 바다를 헤매던 나는 제주 남단의 낮은 섬 가파도를 찾았다. 가파도 하동 포구에서 검푸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은 해녀 할망과 마주쳤다.할망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밤 할망은 살아온 삶과 바다 속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작 내 삶은 고해하지 못했다.  할망은 나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그날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것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할망의 검고 탁한 눈동자 안에 반짝이며 가득 밀려오던 삶을 보았다. 그때부터 나는 해녀 할망들과 그 바다가 알고 싶어졌다. 할망을 따라 한 손에 테왁을 잡고 호맹이 대신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바다가 허락지 않고 어멍들이 허락지 않아 그 앞에서 한없이 망설이던바다였다. 한발 한발 할망을 따라 몸을 바다에 담그고 할망의 뒤를 쫓았다.  호오이~ 호오이~ 가프고 마른 ‘숨비소리’가 낮은 할망바다 위로 힘겨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그토록 애절하게 토해낸 숨소리는 파도소리에 쓸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그렇게 오랜 시간 숨을 참고 물밑으로 오가며 날마다 새로운 생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물속을 오가길 수어 시간. 할망 의 얼굴과 망사리 안은 진한 생명력으로 넘쳐난다.해녀 할망은 그렇게 바다와 하나 되고 나는 그 익숙한 바다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바다를 마주했다. 할망은 내리는 물에 바다에 들어 물질을 하다가, 들어오는 들물에 돌아 나오며 하루의 물질을끝냈다. 할망을 따라 마을 안길로 돌아왔다. 돌담 너머, 검정 해녀 복을 벗어 올린 할망은 그제야 팽팽한 긴장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내뱉는다.해녀의 삶의 제주의 바람같다.가만히 할망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섬을 감싸고 있는 처연하고 구슬픈 푸른 제주 바다가 가득하다.  13살 때부터 자맥질을 시작한 할망은 그렇게 물속을 오가며 60여 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그리고 마지막 바다를 떠나가 전 힘차게 첫 물질을시작했던  할망바다로 돌아왔다. 나이 든 해녀들이 물질하는 얕은 바다를 ‘할망바다’라 부른다. 할망바다에는 아무리 해산물이 넘쳐나도 상군들은 찾지 않는다. 모든 해녀들이 할망바다의 주인이 될것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그 자리에 잠시 머무는 게 다이다. 바다가 사나우면 밭일을 하고 때가 되면 다시 또 바다를 빌리면 된다. 물이 들고 나고 하는 조화와 이치처럼 그녀들의 삶도 그렇게 흘러오고 흘러갔다. 바다와 어울리거나 때로 맞서기도 하는 강직함과 바다에 묻어둔 인내와 용기는 섬을 감싸 안는 힘이며, 나로 하여금 가파도를 늘 그리워하게 만드는 끌림이 되었다.  내게 해녀 할망은 바다의 꽃이며 빛이다. 수지픈: ‘깊은’의 제주 방언. 바당 : 바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살다보면 다 살게된다. 테왁 : 해녀들이 물질할 때 기본이 되는 도구로 ‘두렁박’이라고도 불린다. 호맹이 : 해녀들이 수중에서 소라, 문어, 고둥, 성게, 등을 잡을 때 사용하는 다용도 어로 도구이다 숨비소리: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 망사리: 채취한 해산물을 넣어두는 그물망으로 ‘테왁’에 매달아 한 세트가 된다. 상군 : 해녀도 내부에 계층이 있는데 해산물의 채취능력이나 기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