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통념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적 약자, 부조리, 정치적이란 단어를 연상시킨다. 사진의 출발이 다큐멘트였다고는 하나, 기록 이후 더해지는 사진에 대한 사회적 해석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취하는 정치적 포지션의 관성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이는 흔히들 살롱사진이라 불리워 오는 일련의 작풍이 한국 현대사에서 그간 취해 온 탈정치적 행태에 대한 반발과 함께 맞물려온 역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살롱사진의 중심에 풍경이 존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관습적으로 다큐멘터리와 풍경은 어느덧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갤러리 브레송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풍경 시리즈’는 이와 같은 한국 사진의 흐름에서 풍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질의를 받는 사진가는 바로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들이다. 새로운 작업이 아닌 그들이 지금껏 해온 작업들 중에 풍경에 ‘관련’된 사진을 정리함으로써 그들 각각이 생각해온 풍경을 연역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갤러리 브레송-       청계천 PROLOGUE_이한구  2015.4.17~4.28   청계천 스무 살 때 찍은 군대 사진 <군용 (軍用_military use)>의 선연한 이미지로 ‘스무 살에 이미 작가였다’란 평을 듣는 사진가 이한구. 그러나 그의 첫 작업은 군 입대 전 사진학과 재학시절에 찍기 시작한 ‘청계천’이다. 그때가 1980년대 후반이었고, 최근까지 작업을 이어왔으니 사진기를 사이에 두고 청계천을 바라기 하며 산 세월이 근 30년이다. 사진계에 ‘이한구의 청계천’이라는 복합명사가 하나의 단어처럼 돌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미발표작인 ‘청계천’ 시리즈가 제1회 최민식사진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점과, <군용>으로 올해 미국 휴스턴포토페스트의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5> 전 초대작가로 전시가 열리면서 이한구의 다른 시리즈에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그러한 이한구의 청계천 사진이 처음으로 정식 공개된다. 갤러리 브레송의 기획전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찍은 풍경사진’의 일환으로 첫 전시가 열리는 것이다. 세월에 비례해 작업의 양이 방대하다보니, 이번 전시는 전체 청계천 시리즈의 ‘서곡’형식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이한구의 청계천, prologue'. 청계천은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시장이지만, 이한구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공간으로 처음에는 유년의 에스프리가 그를 이끌었다. “어린 눈에 매일 오가며 보는 장터는 흥미롭고 신비로웠다. 친구들은 목재소집 아들이거나 철공소집 아들, 식당집 딸이었다. 코흘리개들과 청계천을 누비며 놀았다. 성장한 이후로 다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몇몇은 다시 청계천으로 흘러들어왔다. 인쇄소에서 일하거나 기계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나는 사진가가 되어 돌아왔다.” 이후 이 젊은 사진가의 눈에 유년과 얽힌 유정함 대신 피사체로서 청계천변 삶의 풍경들이 새롭게 보였다. 섬유, 전자, 전기, 의료, 기계 등 제각기 물성과 형태가 다른 것들의 밀집이 조형적으로 흥미로웠다. 화려한 대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해있으면서도 누추하고, 이상하게 당당하고, 활기차면서도 어딘지 쓸쓸한 대립각의 정서도 좋았다. 더구나 그 안에 몸으로 생애를 밀고 나아가는 사람들, 헤아릴 수 없는 삶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방에서 도시로 찾아 든 이주민들이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난장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각양각색 공구들 사이에서 책을 읽던 노점 공구상 주인, 찌그러진 양은 세숫대야에 검정 묻은 얼굴을 씻던 철공소 청년, 짐을 나르는 노동자의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