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_불리지 않은 신화, 최치권 출판기념전

2021. 1. 15 ~ 1.24

 

구미호_불리지 않는 신화

오혜련

 

최치권 작가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모습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사진 작가이다. 그의 전작 ‘대한민국 전도’와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Hello Democracy)’가 그랬고 이번에 출간하는 구미호 역시 사회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성찰적 바라봄을 주제화한 작업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당연히 작가는 주변의 모습, 우리의 모습에 집중한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거리, 여행 중 만났던 간판과 사람들, 하늘과 바람, 오늘 아침 조간신문의 한 부분 등 주위의 모든 것이 그의 주 피사체이다. 그가 포착한 도시의 모습이나 풍경, 인물은 우리 주변 또는 신문 머리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다. 그의 사진 속에는 보들레르가 얘기한 도시의 산책자(플라뇌르, Flanuer)처럼 걷고 있는 작가의 모습과 그가 어슬렁거리고 지나쳤을 거리, 자동차들, 사람들, 간판들이 보이고 때론 뒤얽혀 있는 신문의 조각들 속에 그의 시선이 보인다.

 

최치권 스타일 다큐멘터리

“현대의 모든 상형 언어 중 가장 완벽한 것은 사진이다.”라는 안드리아스 파이닝거의 말처럼 사진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데 사용되는 하나의 언어이다. 그러기에 사진은 그만의 어법과 문법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 어법에 따라 작가 자신만의 사진 스타일이 결정된다. 사진의 어법이란 사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다. 즉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 지각방식부터 구도, 빛의 사용방식, 명암 같은 요소들이 사진작가가 사진을 통해 말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여러 작업에 비슷하게 되풀이될 때 작가 자신만의 스타일이 구축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치권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피사체를 오브제로써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표현하기, 그 낯섦 안에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메타포(隱喩 metaphor) 집어넣기가 최치권 작가 사진의 정신적, 기술적 스타일이다. 작가는 피사체가 놓여있는 본래의 위치와 의미를 해체하여 모순, 대립되는 요소들을 동일이미지에 배치시키거나 전혀 엉뚱한 환경에 위치시키고 때로는 천, 종이 등의 소재를 이용하여 피사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낯섦, 불편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렇게 최치권 작가는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재현한다는 사진의 오래된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그만의 아이덴티티, 최치권스타일을 만들어 내었다.

 

내 안의 구미호

최치권 작가의 ‘구미호_불리지 않는 신화’시리즈는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선악 그리고 부조리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의 실현을 위해 폭력행위를 일삼거나,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대의에 대한 현실적인 수단은 권모술수를 도모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만 사로잡혀 타인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흩어져있는 낱낱의 이미지들을 취사선택해 전체를 만들고 구미호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그가 추구하는 특별한 네러티브를 담았다.

최치권 작가는 불가해하고 불합리, 모순적인 사회를, 인간을 그로테스크한 해학을 통해 드러낸다. 그의 의도대로 그의 사진은 악몽을 꾸는 것 같이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나 역설적으로 실제적이다. 반쯤은 우스꽝스럽고 반쯤은 진지하다. 이렇게 꿈과 현실의 레이어가 합성된듯한 이미지는 요즈음 마주치는 흉몽 같은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구미호 _불리지 않는 신화’ 시리즈는 최치권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인간다움, 인간 가치에 대해 묻는다.

작가는 그의 작업 노트에 “ <구미호_불리지 않는 신화>에는 그것을 보고 있는 구미호가 있고,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가 있다.”라고 얘기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반은 인간이고 반은 여우인 구미호는 인간인가? 여우인가?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는 인간인가? 여우인가?

가치혼돈의 요지경 시대에 우리의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도 인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