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인도_김수옥

 2019.10.8.~10.17

 

 

 

 

사진은 여행이다3_인도

삶은 여행이다. 사진도 여행에서 비롯된다.
9월과 10월에 걸쳐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일본, 남미, 인도, 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지는 사진여행을 시작한다.

 

 

 

사진이라는 언어

 

사진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아마도 대표적인 것은 사진은 ‘시각적 언어’라는 말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이란 작가가 포착해낸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인 것이다.

우리가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 형식들이 있다. 대중을 향한 정치인들의 연설, 자신의 사상과 철학, 혹은 감정을 승화시킨 문학의 이야기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연인을 만나서 주고받는 달콤한 이야기, 친밀한 친구를 만나서 나누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은밀한 토로. 우리는 이런 내용들을 시각적인 언어, 즉 이미지로 화면에 담아내면서 작가만의 사진 세계가 열리게 된다.

나는 김수옥 작가가 인도에서 담아온 이미지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 사진들을 통해서 김수옥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른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도라는 나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나라다. 어떤 이에게는 아주 오래된 종교와 영성의 땅, 어떤 이에게는 아직도 봉건적인 계급이 버젓이 살아 있는 모순의 땅, 천민들에게는 헤어날 길 없는 고통의 현장, 사진가들에게는 한번 쯤 촬영하여 전시하고 싶은 눈부신 컬러가 인상적인 나라…

그러나 김수옥 작가의 사진들에서는 그런 강렬한 이미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대상에 대한 ‘시각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담담한 여행자의 눈길로 그들의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다른 사진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컬러에 대한 탐미적 앵글, 혹은 과감한 클로즈업을 통한 치열한 인간탐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의 이미지들을 찬찬히 음미하던 중 문득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그는 어쩌면 관객들을 향해서 연설을 하는 것도, 다정한 친구에게 무언가를 토로하는 것도 아니라,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자신의 내면을 향해서 독백, 즉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누구에게도 말을 건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구와도 함께 나누기 어려운, 자신만이 스스로 떠안고 가야할 짐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그런 고비를 만날 때면 자신의 내면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며 문제를 풀어가기도 하고, 위안을 삼기도 하면서 삶을 견디며 헤쳐 나가기도 한다.

그가 촬영지를 인도로 선택한 것도, 아마 그런 자신과의 대화라는 이야기 형식과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짐작해본다. 그는 그렇게 대상을 격하지 않은 일상의 평범한 감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이켜보았으리라. 이런 자신과의 대화와 성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이국적인 피사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작업은 그의 오랜 삶의 연륜에서 배어나온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니었을까. 전시를 축하드리며, 다음 작업에서는 우리들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자못 기대되는 바가 크다.

 

김문호(다큐멘터리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