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풍경사진 18 _ 정진호

한국에서 통념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적 약자, 부조리, 정치적이란 단어를 연상시킨다. 사진의 출발이 다큐멘트였다고는 하나, 기록 이후 더해지는 사진에 대한 사회적 해석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취하는 정치적 포지션의 관성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이는 흔히들 살롱사진이라 불리워 오는 일련의 작풍이 한국 현대사에서 그간 취해 온 탈정치적 행태에 대한 반발과 함께 맞물려온 역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살롱사진의 중심에 풍경이 존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관습적으로 다큐멘터리와 풍경은 어느덧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갤러리 브레송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풍경 시리즈’는 이와 같은 한국 사진의 흐름에서 풍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질의를 받는 사진가는 바로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들이다. 새로운 작업이 아닌 그들이 지금껏 해온 작업들 중에 풍경에 ‘관련’된 사진을 정리함으로써 그들 각각이 생각해온 풍경을 연역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갤러리 브레송-

 

 

 

서울 걷기_정진호 

2015.12.11~12.19

 

 

서울 무작정 걷기

나는 거의 매일 목적 없이 걷는다. 몸의 건강을 생각해서 걷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서울의 거리와 뒷골목, 변두리 동네, 산동네를 무작정 걸었다. 아무 계획 없이, 특별한 순서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거닐면서 일상의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장소와 낯선 공간 사이를 오가며, 서울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고 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드 브르통(David Le Breton,2010:21)의 말은 걷는다는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느끼고, 사물들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새로이 일깨워주는 인식의 방식이다. 걷는다는 행위는 거리, 골목길 혹은 동네와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고, 걷는 동안에 내 몸의 피부와 감각 기관은 끊임없이 사물과 공간에 반응하는 신체적 경험이기도 하다.

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에 의지하여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내 몸이 걷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세계를 온전히 경험”할 수가 있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걸으면서 낯선 거리와 골목들, 낯선 얼굴들을 발견하고 한다. 나에게 있어 서울을 걷는 것은 이렇듯 미처 알지 못했던 장소, 호기심조차 없었던 도시의 구석구석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행위이다. 건축가 정기용은 서울은 단일한 하나의 도시가 아니고, 수백 개의 각기 다른 동네가 모인 집합이고 연대라고 했다. 각기 다른 동네의 분화와 집합은 서울의 다채로운 지형과 함께 천문학적인 수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길을 만든다. 어느 누구도 다 걸어볼 수 없는 서울의 미로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서울을 만나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