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통념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적 약자, 부조리, 정치적이란 단어를 연상시킨다. 사진의 출발이 다큐멘트였다고는 하나, 기록 이후 더해지는 사진에 대한 사회적 해석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취하는 정치적 포지션의 관성이 낳은 결과일 수 있다. 이는 흔히들 살롱사진이라 불리워 오는 일련의 작풍이 한국 현대사에서 그간 취해 온 탈정치적 행태에 대한 반발과 함께 맞물려온 역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살롱사진의 중심에 풍경이 존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관습적으로 다큐멘터리와 풍경은 어느덧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갤러리 브레송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풍경 시리즈’는 이와 같은 한국 사진의 흐름에서 풍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질의를 받는 사진가는 바로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들이다. 새로운 작업이 아닌 그들이 지금껏 해온 작업들 중에 풍경에 ‘관련’된 사진을 정리함으로써 그들 각각이 생각해온 풍경을 연역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갤러리 브레송-     The Wasteland_김문호   2015.11.12~11.21   지난 30여 년간 ‘도시와 문명’이라는 화두로 작업을 해왔다. 도시인들의 삶과 그 주변을 다룬 <On the road온 더 로드’(2009년)>가 첫 번째 결과물이다. 4년 후에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어두운 내면을 상징화 한 <Shadow섀도우’(2013년)>를 세상에 내놓았다. 둘 다 나를 향해 다가온 도시를 내가 가까이 가서 관찰하고 기록한 작업이었다. 근래 나의 작업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삶의 현장에서 이미지를 잡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는 더욱 난제인 ‘초상권’ 문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전처럼 연출하지 않은 스트레이트 사진 작업이 한계에 봉착했다. 초상권과 무관한 먼 오지의 사람들이나 특정한 집단의 인물을 찍는 작업이 아니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찍는 내 작업 스타일이 풀어야 할 큰 숙제였다. 인물을 배제한 작업이 가능할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선 사람과 거리를 두고 새로운 방법을 찾기로 했다. 사람을 둘러싼 풍경을 중심으로 해나가는 작업이었다. 2013년 ‘Shadow’ 이후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한 풍경, 삶의 배경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업을 한 기간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사이 예기치 않은 일까지 생겨 작업 기간은 더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치밀하게 해나갈 작정이다. 이 도시와 이 땅을 사진에 담으면서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된다. “나는 사진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나의 시선은 언제나 쓰러진 자에 닿아 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상처 입고 잊혀져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을 텍스트화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조용히 말을 거는 것이 나의 작업이었다. 아파하며 신음하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산과 들, 강과 바다, 바람과 햇빛마저도 돌이키기 어려운 중병을 앓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작업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침이 되면 ‘오늘은 또 어디로 발길이 향할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내 손에 아직 카메라가 들려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