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4.~6.13         에티오피아의 남단, 케냐와의 국경 부근 오모밸리에는 다양한 부족민들이 여전히 전통생활 방식으로 살고 있다. 자연의 시간 속에서 해가 뜨면 일어나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며, 해가 지면 가죽이 깔린 흙집에서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잠을 잤다. 전기, 수도, 컴퓨터와 같은 문명의 혜택은 드물고 교육과 의료 환경은 열악했다. 거친 땅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맨발은 긁히고 상처투성이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있었다. 나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마을 가이드는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50일간 내가 본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었다. 어디든 아이들은 많았고 활기찼다. 순박한 얼굴, 강한 눈빛엔 인류의 조상 루시의 후예라는 자존감이 남아있었다. 모론다바에 사는 아이들은 이른 새벽 떠오르는 해를 가슴으로 안고 울퉁불퉁한 흙길을 맨발로 걸어 학교에 갔다. 바오밥나무의 배웅을 받으며 친구, 형제들과 함께 학교 가는 길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가난과 남루한 행색은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결핍이 풍경의 전부는 아니다.   1884년 베를린에서 제국주의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제멋대로 선을 그어 아프리카를 재단했다. 언어와 종교, 생활양식을 무시하고 같은 종족을 나누고 다른 종족을 한데 뭉친 분할 통치는 정치, 사회적 불안을 배태했다. 종교와 부족 갈등으로 인한 전쟁과 테러는 아프리카대륙을 피로 물들였다. 아프리카의 위대한 소설가 나지브 마흐푸즈는 『우리 동네 아이들』에서 삶의 고통과 가난, 지배층의 부정과 압제에 굴하지 않고 힘으로, 사랑으로 저항을 이어온 인류를 서술하였다. 나는 네모반듯한 거울을 들어 나지브가 사랑한 우리 동네의 아이들과 자연, 이들이 이룩한 과거의 문명과 현재의 일상을 기록했다. 카메라의 눈에 거울을 더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강조했다. 다시 한번 마술적 사실주의의 형식을 거울 작업에 적용하여 일상의 눈이 놓친 것들을 거울의 겹쳐진 틈을 통해 찾아내어 이들의 일상에 깃든 생명력을 다각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나의 거울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거울을 건네주어 충분히 아름다운 자신들의 모습과 조우하게했다.   나의 조상이기도 한 ‘루시’의 후예들, 인류의 유년기를 거친 아프리카- 우리 동네와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역사의 정오가 오기를 바라면서 힘들었던 거울 작업을 즐겁게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