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8.~10.17       거대한 태백산을 휘감은 바람이 검은 땅 검은 기슭에 둥지를 틀었다. 삐걱거리며 덜컹거렸던 광차는 숨죽인 바람으로 아버지의 발길따라 갱도를 수없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무색한 시간은 막다른 끝에서 정적을 품은 채 숨을 고르다 묵직하게 눌러앉았다.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널브러진 쇳덩이들은 주소 잃은 우편물마냥 널려있다.광부의 애간장이 입김 속으로 녹아들고 동토 속 겨울의 검은 세상으로 뱉어지며 타는 속을 렌즈 속에 담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공간 속에 삐걱거렸던 광차의 메아리가 머릿속을 헤매고 분주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고드름이 터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두운 갱구에 맑은 공기를 불어 넣으면 광부의 체온에 달구어진 열기는 차가운 겨울 속에서 하얀 구름으로 뱉어진다. 광부의 발길이 북적거리고 탄을 가득 실은 광차들이 분주하였던 갱구는 차가운 바람이 광차의 외부를 다그친다. 수십 년 동안 채탄했던 그곳에 수없이 일어난 막장 사고는 많은 광부의 목숨을 앗아갔다. 요동을 멈춘 갱구는 억장이 무너지는 사고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검은 빛으로 열을 발산하던 폐광은  곰팡이가 터를 잡았고 금의환향을 꿈꾸며 타는 속의 열기를 물로 채웠던 현장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품은 체 고인이 된 광부들의 넋이 또 다른 형태로 공존하는 건 아닐까. 축축하던 어둠 속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주인이 떠나간 어두운 폐광은 수통의 폭발로 위험을 주던 지하수가 서서히 채워지면서 광부들의 기억까지도 희석되어 가고 있다. 영글어진 균생(菌生) 사이로 폐광의 분위기는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뜨거운 열기의 공간은 낯선 공기로 바뀌었고 검은 구석의 빈틈엔 어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숨소리와 발걸음이 소음이 되는 공간으로 변한 폐광엔 무거운 침묵만이 과제로 남아있었다. 번성했던 검은 땀과 막장 사고의 검은 영혼들, 그리고 뜨거웠던 입김과 냉철했던 공기들은 광부들의 호흡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습한 공기와 어두운 민낯을 익힌 곰팡이 위에 얽힌 검은 영혼의 수다가 바람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 간절함을 찾기 위한 발걸음으로 검은 폐광 안은 카메라의 셔터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멈춘 광차에 녹이 슬고 차가운 바람이 스쳐 간 그곳에 농후한 세월 속 아버지의 푸근한 미소가 보인다. 손잡이가 닳도록 광차에 기름을 바르고 분진을 헤치며 채탄뿐만 아니라 막장 붕괴 사고에서 죽은 동료를 싣고 빛을 향해 달렸을 것이다. 옹골진 세월을 견딘 아버지의 손을 잡고 폐광의 잔해 사이를 회상의 걸음으로  걸었다. 흰머리가 햇살에 부딪혀 바람에 날리는 순간도 아버지의 시선은 광차를 향했다. 많은 사건이 광차에 얽히고 그것이 아버지의 생애가 되었다. 탄 벽의 검은 땀방울로 가정을 지키셨고 무던한 광차 속에 평생을 보내신 아버지, 갱차에 그리다 새겨 둔 채탄의 흔적들은 아버지의 세월과 동행을 하고 있다. 석양이 지듯 조용히 역사에 남기는 폐광의 언저리는 따스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